우크라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한국 귀순 가능할까
- 기자, 리차드 김
- 기자, BBC 코리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2명을 붙잡아 얼굴을 공개한 가운데, 이 병사들의 운명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가 포로 맞교환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이어 "귀환을 원치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군 신병 처리 방안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한글로 "우크라이나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조직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시민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전쟁에 대한 진실을 한국어로 널리 알려 평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으로의 복귀를 원치 않는 병사에 대해서는 한국 등 제3국행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으로 송환, 인권침해 우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억류한 자국군을 인도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이 붙잡은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당수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포로로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로서는 포로 맞교환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자국 병사 한 명을 살리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인도적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은 아니다"며 "우크라이나는 북한 병사의 인권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파병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 입장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대로 북한군 송환이 이뤄질 경우, 이들에 대한 인권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공개된 북한군의 유품 등을 살펴보면, 파병된 북한 병사들은 우크라이나군에 잡히기 전에 자폭할 것을 지시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포로로 잡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대상으로 낙인찍혀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강하게 처벌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면 가족들이 보복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투항을 막기 위해 자기편을 처형한다는 정보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북한에 보내는 것은 인권에 반하는 조치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공개된 우크라이나군 영상에 따르면, 붙잡힐 위기에 처한 북한군이 자폭을 시도하는 등 북한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추론할 만한 근거들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제3국 선택 가능성?
전쟁에서 교전 중 붙잡힌 이들은 원칙적으로 국제법상 전쟁 포로로 분류된다. 국제조약인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전쟁 포로와 관련해서는 본국 송환이 원칙이다.
하지만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가 이들의 소속을 끝까지 확인해주지 않으면 국제법상 포로 지위가 부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포로 교환 협상이 아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북한군 병사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남거나 제3국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로들이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아주 심각한 처벌을 받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북한군의 정치적 망명 요건도 성립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행이 최선의 선택'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 병사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새 삶을 사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광진 수석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북한 포로들을 이용해 자국 포로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을 것"이라며 "하지만 붙잡힌 북한 병사들 입장에서는 북한에 돌아가지 않는 게 좋고, 한국으로 오는 게 그들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의 망명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힐 경우 국내 송환길이 열릴 수 있다.
한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북한군 포로를 국내로 송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 주민도 한국 헌법상 자국민으로 인정하는 부분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군도 헌법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국민에 포함된다"며 "포로가 된 북한군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에 입각해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에 송환되면 6·25전쟁 포로 귀순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포로가 전략적으로 활용 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한국행은 쉽사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당국자는 "북한군 포로를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며 "북한군이 전쟁에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한 것 자체가 매우 필요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포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이들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남성욱 교수는 "북한군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혹여 그럴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상당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