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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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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bm98 (토론 | 기여)님의 2009년 11월 22일 (일) 21:00 판 (새 문서: {{제목 |제목 = 호랑이 형님 |지은이 = 방정환 |역자 = |부제 = |이전 = |다음 = |설명 = 1926년 《어린이》 신년호에 발표.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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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호랑이 담배 먹을 적 일입니다.
 지혜 많은 나무꾼 한 사람이 깊은 산 속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길도 없는 나무 숲속에서 크디큰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며칠이나 주린 듯싶은 무서운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그 큰 입을 벌리고 오는 것과 딱 맞닥뜨렸습니다.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있겠습니까, 달아난다 한들 뛸 수가 있겠습니까. 꼼짝달싹을 못하고, 고스란히 잡혀먹히게 되었습니다..
 악 소리도 못 지르고, 그냥 기절해 쓰러질 판인데, 이 나무꾼이 원래 지혜가 많고 능청스런 사람이라, 얼른 지게를 진 채 엎드려 절[拜禮]을 한 번 공손히 하고,
 “에구, 형님! 인제야 만나 뵙습니다그려.”
하고, 손이라도 쥘 듯이 가깝게 다가갔습니다. 호랑이도 형님이란 소리에 어이가 없었는지,
 “이놈아, 사람 놈이 나를 보고 형님이라니, 형님은 무슨 형님이냐?”
합니다.
 나무꾼은 시치미를 딱 떼고 능청스럽게,
 “우리 어머니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너의 형이 어렸을 때 산에 갔다가 길을 잃어 이내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는데, 죽은 셈치고 있었더니, 그 후로 가끔가끔 꿈을 꿀 때마다 그 형이 호랑이가 되어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울고 있는 것을 본즉, 분명히 너의 형이 산 속에서 호랑이가 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모양이니, 네가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거든 형님이라 부르고 자세한 이야기를 하라고 하시었는데, 이제 당신을 뵈오니 꼭 우리 형님 같아서 그럽니다. 그래, 그 동안 이 산 속에서 얼마나 고생을 하셨습니까?”
하고 눈물까지 글썽글썽해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호랑이도 가만히 생각하니, 자기가 누구의 아들인지도 그것도 모르겠거니와, 낳기도 어디서 낳았는지 어릴 때 일도 도무지 모르겠으므로, 그 사람 말같이 자기가 나무꾼의 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어머니를 그렇게 오래 뵙지 못하고 혼자 산 속에서 쓸쓸히 지내온 일이 슬프게 생각되어서,
 “아이고, 얘야, 그래 어머니께선 지금도 안녕히 계시냐?”
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예, 안녕하시기야 하지만, 날마다 형님 생각을 하고 울고만 계십니다. 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어서 집으로 가서 어머님을 뵙시다.”
하고, 나무꾼이 조르니까,
 “얘야, 내 마음은 지금 단숨에라도 뛰어가서 어머님을 뵙고, 그 동안 불효한 죄를 빌고 싶다만, 내가 이렇게 호랑이 탈을 쓰고서야 어떻게 갈 수가 있겠느냐……. 내가 가서 뵙지는 못하나마,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나 한 마리씩 갖다 줄 터이니, 네가 내 대신 어머님 봉양이나 잘 해 드려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무꾼은 죽을 것을 면해 가지고 돌아와 있었더니 호랑이는 정말로 한 달에 두 번씩, 곡 초하루와 보름날 밤에 뒤꼍 울타리 안에 돼지를 한 마리씩 놓고는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무꾼은 그것이 밤 사이에 호랑이가 어머님 봉양하느라고 잡아다 두고 가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 해 여름이 지나고 또 가을이 지나고 또 겨울이 지날 때까지, 꼭 한 달에 두 번씩 으레 돼지를 잡아다 두고 가더니, 그 후 정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후로는 영영 초하루와 보름이 되어도 돼지도 갖다 놓지 않고, 만날 수도 없고, 아무 소식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 웬일인가 하고 궁금하게 지내다가, 하루는 산에 갔다가 조그만 호랑이 세 마리를 만났는데, 겁도 안 내고 가만히 보니까, 그 꼬랑지에 베[布] 헝겊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하도 이상에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니까, 그 작은 호랑이는 아주 친하게,
 “그런 게 아니라오. 우리 할머니는 호랑이가 아니고 사람인데, 그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우리 아버지가 한 달에 두 번씩 돼지를 잡아다 드리고 왔는데,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날부터 우리 아버지는 굴 밖에 나가지도 않고, 먹을 것을 잡아오지도 않고, 굴 속에만 꼭 들어앉아서 음식도 안 먹고,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부르면서 울고만 계시다가 그만 병이 나서 돌아가셨답니다. 그래 우리들이 흰 댕기를 드렸답니다.”
하였습니다.
 아무리 한 때의 거짓 꾀로 호랑이를 보고 형님이라고 하였던 일이라도, 그 말 한마디로 말미암아 호랑이가 그다지도 의리를 지키고, 효성을 다한 일에 감복하여, 나무꾼도 눈물을 흘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