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 남아공 인권운동의 상징 투투 대주교 선종...오바마도 헌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의 선종에 애도를 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투 대주교를 "멘토이자 친구이자 도덕적 나침반"이라고 묘사했다.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도 성명에서 투투 대주교가 "해방된 남아공"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투투 대주교는 26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투투 대주교는 넬슨 만델라와 함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운동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그는 1948년부터 1991년까지 남아공의 소수 백인 정권이 다수 흑인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한 아파르트헤이트 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투쟁을 이끈 공로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의 죽음은 남아공의 마지막 아파르트헤이트 대통령인 프레데리그 데 클레르크가 85세 나이로 별세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일어났다.
남아공은 일주일의 애도 기간을 보낸 뒤 다음 달 1일 케이프타운에 있는 세인트조지 대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열 예정이다. 유해는 장례미사에 앞서 세인트조지 대성당에 이틀간 안치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투투 대주교는 조국 해방과 정의를 위한 투쟁에 기반을 뒀지만,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불의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적들 가운데서도 인류애를 찾으려는 의지와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면서 "미셸과 함께 그를 많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투투 대주교는 영적 지도자이자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이자 세계적인 인권 운동가"라며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죽었다는 성경적 통찰을 지닌 실용주의 지도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파르트헤이트 세력에 비범한 지성과 진실함으로 맞서 절대 무너지지 않은 인물이며 억압, 불공정, 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겐 연민을 가진 인물"이라고 애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투투 대주교와 만남, 그의 따뜻함과 유머를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투투 대주교의 빈자리를 남아공 국민들과 그에게 높은 애정과 존경을 표했던 영국, 북아일랜드 그리고 영연방 전역의 수많은 사람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신과 국민의 참된 종인 투투 대주교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며 "그의 유산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넬슨 만델라 재단도 애도를 표하며 "투투 대주교는 비범한 인간이자, 사상가이자 지도자이자, 목자였다"고 밝혔다.
재단은 성명에서 투투 대주교가 "인간 사회를 위한 해방적 미래를 만드는 것에 관한 생각의 깊이를 세계적 그리고 지역적 불의에 대항하는 투쟁에 반영시켰다"라고 평가했다.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성명을 통해 "가족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조국인 남아공에서 인종 간 평등과 화해를 이뤄냄으로써 복음에 헌신했다"고 말했다.
'대주교'(Archbishop)라는 직함에서 유래한 '아치'(Arch)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투투는 보라색 사제복, 명랑한 태도, 그리고 변함없는 미소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공공장소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한 예로 투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막식에서의 환한 미소와 춤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투투 대주교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정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정권이 남아공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믿었다.
2011년에는 ANC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투투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후 진실과화해위원회를 구성해 인종 간 화해를 일궜다고 평가받는다.
또 남아공의 인종적 혼합을 설명하기 위해 '무지개 국가'라는 별칭을 붙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다만 그는 말년에 꿈꾸던 방식으로 국가가 통합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