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이 시작되고 30분이 지났을 때, 실험자가 방으로 들어와 그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테이블 위에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초콜릿칩 쿠키를 갖다 놓았다. 접시에는 쿠키가 네 개가 아닌 다섯 개가 놓여 있었다. 마지막 남은 음식은 남겨야 한다는 식탁 예절을 고려한 것이다. (칵테일파티에서 애피타이저를 돌릴 때, 마지막 한 개는 접시에 남기고 주방으로 물리는 게 일반적이다.) 어쨌든 접시에 다섯 개의 쿠키가 있었으니, 실험 참가자 가운데 한 명은 하나 더 먹어도 될 터였다. 그래서 관찰하였더니 더 큰 권력을 부여받은 참가자가 쿠키를 한 번 더 집을 확률이 다른 참가자에 비해 두 배나 높게 나왔다. 기억할 것은 그 권력이 재능, 기여도, 자격, 연륜에 의해서가 아닌 제비뽑기로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권력을 부여받은 이는 자신이 더 먹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먹는 일에선 이기적 충동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사이의 섬세한 균형 잡기가 요구된다. 되새김질, 입을 벌리는 행위, 침을 흘리는 행위는 식탁 예절에서 금기시 된다. 우리가 어릴 때 듣던, ‘입 벌리고 먹지 말라’,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게걸스럽게 먹지 말라’는 얘기도 떠오른다. 이런 식탁 예절을 기준 삼아, 우리 연구팀은 수개월에 걸쳐 실험 참가자들이 쿠키를 먹는 영상을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특히 충동적 행위를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지표에 주목했다.

입을 벌리는 정도

입맛을 다시고 쩝쩝거리는 횟수

음식물을 흘리는 횟수

분석 작업을 끝내고 보니 이보다 더 명료한 결과는 나올 수 없었다. 권력을 부여받은 참가자들이 더 충동적인 식습관을 보였다. 입 벌리고 음식을 먹고, 입맛을 다시고, 스웨터에 음식물을 흘리는 일이 더 많았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 하는 문제에 개의치 않는 게 역력했다. -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 켈트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b594fb308b045d9

단순히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권력을 가졌던 때를 회상해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잠시나마 권력을 체감하게 했을 뿐인데도, 참가자들이 비도덕적 행위를 지지하는 경우가 증대했다. 자신에게 권력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탈세를 하고, 출장 경비를 부풀리고, 고속도로에서 과속하는 것에 대해 무슨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권력을 갖게 되면 우리의 도덕관념은 옅어지기 시작한다. 권력에서 비롯된 도덕적 해이는 사회에 큰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주요인이 된다(원리 5에서 8). 그런데 존경과 인정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다. -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 켈트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b594fb308b045d9

이런 결과들을 발표하자, 뜨거운 반응의 이메일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떤 이들은 매우 격분하여 버클리 빨갱이, 복지에 편승한 게으름뱅이, 미국을 망치는 이민자, 감옥에 처넣어야 할 정신병자 소시오패스라고 욕설을 퍼붓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부유한 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서 보낸 이들이 더 많았다. 부유한 고객에게 대금을 떼인 도급업자 사연, 교통법규 위반으로 BMW를 세웠는데, 그 차주로부터 일장 훈시를 들었다는 경찰관 사연 그리고 휴가철 음식점에서 고맙다는 말도 팁도 건네지 않는 부유한 손님을 서빙한 종업원 사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나는 갑부들을 대상으로 재정 상담을 하거나 CEO 비서로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갑부들의 경악할 만한 도덕적 해이를 목격한 이야기도 들었다. -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 켈트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b594fb308b045d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있는 이야기는 살면서 겪는 복잡다단한 문제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도록 해주는 강력한 도구다. 수십 년에 걸쳐 이 문제를 다룬 한 연구에서는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겪는 실험 참가자들─시험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 이혼소송 중인 부부, 암이나 에이즈 진단을 받은 개인, 최근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 등─을 추적 조사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그 상황을 사실대로 묘사하거나 아니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비롯된 심란한 상태를 이야기로 풀어냈다.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할 결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일에 대해 그 심정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있었던 사실을 담담히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로웠다. 스트레스와 불안 그리고 우울증의 정도가 완화되었던 것이다. 학생들의 경우엔 성적이 올랐다. 그리고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엔 살해 T세포killer T cell•가 증가하고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 -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 켈트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b594fb308b045d9


〈다운튼 애비〉 같은 BBC 드라마나 제인 오스틴 소설을 보면, 권력과 특권을 지닌 사람들이 예의범절을 세련되게 수행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품위 있는 행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쥬’라는 윤리적 규범을 수행하며, 아랫사람들을 존중하는 너그러운 행동으로 품위를 지켜나간다. 그러나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런 이미지는 잘못된 것이다. 공감과 도덕적 감정이 옅어지고 제 잇속만 차리려는 충동이 만연할 때, 안하무인의 무례와 거만을 보이면서 문명 사회의 신뢰와 결속을 훼손하는 야만적 주체는 바로 권력을 가진 그들이다 -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 켈트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b594fb308b045d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따뜻한 권위
- 말은 쉽다....현실은 참 어렵다



우리가 어떤 부모냐 하는 것은 권력에 대한 태도에서 나뉜다. 원리원칙이 없는 부모보다, 강압적이고 엄격한 위계를 따지는 부모보다 그리고 고지식하게 고압적 위치에서 명령하듯 말하는 부모보다 말로 권위를 잡아가면서도 아이들로 하여금 할 말을 하게 하고 독립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부모가 여러모로 뛰어난 자식을 두기 마련이다. - <선한 권력의 탄생>, 대커켈트너 지음, 장석훈 옮김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dwHWpFzRtzReGL8m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사람이 된다
- 태어날 때 절대적 환대를 받는다

태어난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그 생명이 살 가치가 있는지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칸트 철학의 전통에서 사람은 지극히 가치 있는 존재라기보다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존재임을 여기에 부기해두자. 칸트는 가격을 갖는 사물과 존엄성을 갖는 사람을 대립시킨다. 가격을 갖는다는 것은 비교할 수 있으며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그 자체가 목적인 존재이기에 가격을 갖지 않는다. 

"존엄성의 가격을 계산하고 비교하는 것은 곧 그것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것이다." 타자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질문을 괄호 안에 넣은 채 그를 환대하는 것을 말한다. 타자가 도덕적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이러한 환대를 통해서이다. 타자는 사회 안에 그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우리의 몸짓과 말을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되고, 도덕적 주체가 된다(사람이란 법적, 도덕적 주체의 다른 이름이다). - P211

5) 임마누엘 칸트,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이원봉 옮김, 책세상, 2002, p. 94. 오렐 다비드는 칸트의 이러한 생각을 법적인 관점에서 더욱 명료하게 진술한다. "순수하게 물리적인 세계에서는 가치의 관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시스템들 속에서만 나타나며, 따라서 사람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가치는 사물들의 속성으로 여겨진다. 모든 사물은 평가될 수 있지만, 사람 자체는 가치를 갖지 않으며 평가될 수 없다. 가치의 관념은 물건에 대한 법 전체를 에워싸고 있다. 

예를 들어 쌍무계약은 재화나 서비스를 동등한 가치로 교환하는 것이다(서비스는 물질이 아니지만 사람에게서 나오는 어떤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사람에 관한 법ㅡ 신원, 이름, 혼인, 친자 확인, 양자 등등 - 에는 가치의 관념이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을 팔거나, 주거나, 저당 잡히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람은 가치나 평가에 관한 일체의 관념 바깥에 머문다. 경우에 따라 잠정적으로 거래에서 제외되는 사물들이 있다. 하지만 사람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팔 수 없으며, 평가할 수 없다" (Aurel David, 같은 책, p. 29). - P2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증여에 대한 폴라니와 벤느의 논의가 놓치고 있는 것은 증여가 내포하는 인정의 차원 - 증여가 인정을 추구하며, 인정을 통해서 비로소 구성된다는 사실 - 이다.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가난한 사람을 도울 때와 자선단체가 모금을 하여 같은 일을 할 때, 물질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는 아무 차이가 없다. 두 경우 모두 형편이 넉넉한 사람에게서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로 부가 흘러간다. 그래서 폴라니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재분배에 포함시킨다. 

하지만 행위자들의 입장에서 그 둘은 결코 같지 않다.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모금에 참여하는 것은 자발적인 선택이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실업수당이나 생활보조금을 수령하는 것은 권리이지만, 자선단체의 도움을받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고마워한다는 것은 도움받은 사실을 잊지않는다는 뜻이다. 

기부자는 익명으로 기부를 한 경우에도 자신의 행동이ㅡ"이름 모를 사람의 작은 선행으로나마 ,- 기억되기를 원한다. 이점에서 기부는 개인적 관계를 추구하는 선물, 벤느가 엄밀한 의미의 증여라고 생각했던 것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다. 

순수한 의도에서건 이해관계에 따라서건, 답례를 바라건 바라지 않건, 선물을 할 때 우리는 받는 사람의 마음에 기억을 남기려 한다. 이는 복지국가가 수행하는 재분배와 대조를 이룬다. 국가가 납세자의 돈을 복지수급자의 통장으로 옮길 때, 돈을 낸 사람은 어떤 인정도 기대하지 않으며, 받는 사람은 어떤 기억의 의무도 지지 않는다. - P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