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전쟁과 평화]는 딱히 읽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더랬다. 만약 이번에 친구가 같이 읽자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과연 읽게 되었을지 잘 모르겠다. 전쟁 이야기는 내가 정말 안좋아하는 이야기이다. 남들이 다 재미있다고 해도 전쟁 이야기라면 영화도 잘 안보고 책도 잘 안읽는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이제 고작 1권 읽었을 뿐이지만 너무 재미있다.
나는 일본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이 너무나 헷갈린다. 이름이 진짜 너무 헷갈려. 길지도 않은데 인물1과 인물2의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 읽다보면 '어? 아까 죽은애 아니야?' 막 이렇게 된단 말이다. 한국 소설은 잘 안헷갈리고 영어권 소설도 괜찮은데 유독 일본 소설이 헷갈리고 그리고 하!! 러시아 소설.. 등장인물들 이름 미쳐 날뛴다. 이사람들은 이름도 있고 거기에 직위가 있는데 애칭도 있고 그런데 애칭도 하나가 아니고.
전쟁과 평화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표트르 키릴로비치 베주호프 백작은 표트르 키릴리치 베주호프 이면서 프랑스식 이름은 피에르, 애칭은 페챠, 페트루샤, 페트루시카, 페치카 등이란다.
아 쉬바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등장인물 죄다 이런 식이어서 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안나 미하일로브다 드루베츠카야 공작 부인도 있고 안나 파블로브나 셰레르 도 있고 이 안나가 저 안나냐 이 안나가 아까 그 안나 아니야? 막 이렇게 된단 말야. 그런데다가 각자 다른 인물인 이름 쿠투조프, 로스토프, 돌로호프... 막 이래. 그런데 볼콘스키 란 이름 막 나오다가 갑자기 안드레이 공작 얘기 나오면 이 둘이 같은 인물인거.. 어떻게 매치시키죠? 휴... 1권의 초반은 정말 혼란의 대환장파티였다.
어느정도 흐음, 이 인물이 이 인물이군...하고 머릿속에 정리되는 듯하다가도 읭? 얜 갑자기 뭐지? 막 이렇게 되는데 하여간 그 와중에 엄청 재미있다. 책의 초반부터 나폴레옹이 언급되고 어떤 이들은 나폴레옹을 영웅시하고 어떤 이들은 나폴레옹을 싫어하는 당연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제 청년들은 군대에 가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고 한다. 그렇게 볼콘스키도 보리스도 니콜라이도 참전하는데, 볼콘스키는 결혼한 아내가 영 별로고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남자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니콜라이는 참전하기 전 소냐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전쟁에 나간 그의 나이 스무살. 그의 가슴 속엔 이 전쟁에 대한 어떤 벅참이 있고 무엇보다 황제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있다. 나는 이게 진짜 신기했다. 이해해보려고 엄청 노력한 감정이었다.
그가 스무살이기 때문일까, 전쟁중이라는 상황 때문일까? 스무살 니콜라이는 참전하여 알렉산드르1세 황제의 모습을 직접 보고 그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그를 사랑하며 그를 위해 대신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거다. 어떻게,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 그게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는거지?
당장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윤석열이고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이기 때문일까. 나는 이 군주를 사랑하는 마음, 너무나 사랑해서 그를 대신해 죽을 수도 있다는 그 마음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거다. 이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당시 특수한 상황 혹은 러시아라는 상황.. 이라고 보기에도 나는 이해가 잘 안되는거다.
그러다 몇해전 본 인터뷰가 생각났다.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사람이 박근혜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자신은 박근혜를 지지할거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러고보면 아직도 많은 나이든 사람들이 박정희를 영웅시하기도 하지. 그런걸까? 아니, 그렇게 오래 거슬러갈 필요도 없지. 이재명의 경우 엄청난 팬덤이 형성되어 있잖아? 이런걸까? 그건, '그 사람을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는 그런 마음인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게 이해가 안되는거다. 우리는 개개인으로 누구든 좋아할 수 있고 팬심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고, 나도 오래전에 임태경을 잠깐 좋아한 적이 있고(지금은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와 재이슨 스태덤을 여전히 많이 좋아하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연예인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들을 대신해서 죽을 순 없는데? 내가 왜? 나는 스무살 때도 그런 생각은 안한것 같은데? 그리고 그 팬심이란 것이 어떻게, 군주를 향해 작동할까? 문재인이라면, 오바마라면 이해가 가능한가? 해도, 나는 지지는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좋아 완전 사랑해 저 사람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을 바쳐도 좋아..같은 마음.. 은 안생길 것 같은데. 어떻게 이 스무살 니콜라이에게는 군주를 향한 이 극진한 사랑이 있지? 이건 스무살과 전쟁이라는 두가지가 합쳐져 일어난 일일까? 아..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군주를 향한 극진한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톨스토이 덕분에 알게 되었다.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아마도 많은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래서인지 니콜라이만 황제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이는 건 아니다. 그 전장의 다른 많은 젊은이들도 그랬고, 휴가를 나와 집에서 파티를 하면서도 황제를 향한 건배를 한다. 이게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우리가 모이면 지금의 대통령 욕하는게 사실 비슷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누가 너무 좋아서 그 사람을 위해 건배를 하는것처럼, 누가 너무 싫어서 빡쳐서 욕하면서 건배를 하기도 하는거, 그거 좀 비슷하지 않나. 게다가 상대가 다 군주인 건 같다. 아, 어렵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나오는 건, 힘드네요. 그렇지만 바로 이런게 책을 읽는 맛이 아닐까. 이해할 순 없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존재가,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되지 않았나. 어떤 사람은 군주를 극진히 사랑하기도 해, 라는 마음 같은거.
몇 번이나 니콜라이는 알렉산드르1세 너무 아름답다고 하는데 위키피디아 찾아보고 흐음... 그가 아름답다고 하는건, 어떤 아우라같은 것이로구나.. 했다.
그런 한편, 황제를 칭송하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모두 남자들의 것이라는 것에서 또 생각이 많아진다. 톨스토이는 여성 인물들에 대해서 입체적으로 그려서 그 모든 여성들이 표독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독립적이기도 하고 기타등등 다들 캐릭터가 분명하다. 그러나 당시의 사회적 배경 때문에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올 남자를 기다리고 남자만을 바라본다.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기를 바라고있지만 남편은 집에 돌아와 그런 아내를 보는게 답답하고. 이런 마음은 사실 지금 누군가와 같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발견되는 그런 마음 아닌가. 나도 가족들과 있지만 어느날은 집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기 싫단 말이야, 누구와도 말하기 싫다고. 애인에 있어서도 그렇다. 어느날은 다정한 통화같은거 할 의욕이 진짜 1도 안생기기도 하고 그러잖아. 나는 그 사람의 딸이나 애인이지만 동시에 한 사회의 구성원이고 직장원이라 굉장히 많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상황들에 놓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집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나를 보는 순간 좋다고 따라다니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생기는 건 당연하고, 이건 그러니까 우리 인간들이 영원히 안고가야 할 숙제가 아니냔 말이지. 그렇다면 집에서 나만 기다리는, 집에서 당신만 기다리는 삶보다는, 나도 무언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삶이 낫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되는거다. 니콜라이가 아내를 지겨워하고 친구에게 결혼하지 말라고 청하는거, 그런거보면, 아, 당시에 여자들이 일할 수 있었다면 정말 달라졌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를 사랑하는 극진한 마음이 젊은 남성들로부터 발현되는 것도 마찬가지. 남자와 여자에게 주어진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반응이 나오는게 아닌가 말이다. 물론 같은 전장에서도 황제에 대한 팬심 같은거 없는 남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여자에겐 재산을 물려주지 않는 환경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내가 사랑하지도 않지만, 오오, 저 못생기고 뚱뚱한 남자 재산 물려받아 백작됐네? 좋았어!! 막 이러고 그러다 나중에 그여자 잘생긴 남자랑 바람피는 거, 이런 것도 다 사회적 환경이 달랐다면 다른 식으로 진행될 이야기가 아니었는가 말이다. 물론 여자가 일한다해도 그런 문제들이 없어질거라는건 아니지만,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다른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비난(?)하는건 안되는거겠지만 말입니다, 아니,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도대체, 왜 잔을 깨는거죠?
젊은 로스토프의 환희에 찬 목소리가 300명의 목소리 속에서도 들렸다. 그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황제 폐화의 건강을 위하여!" 그가 외쳤다. "우라!" 그는 잔을 단숨에 비우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그리고 커다란 함성 소리가 오래도록 이어졌다. 목소리가 잠잠해지자 하인들이 깨진 잔들을 치웠고, 다들 자리에 앉아 자신의 함성에 뿌듯해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리야 안드레이치 백작은 다시 일어나 자신의 접시 옆에 놓인 쪽지를 흘깃 보고는 아군의 지난 원정의 영웅인 표트르 이바노비치 바그라치온 공작의 건강을 위해 건배했다. 다시 백작의 하늘색 눈동자가 눈물로 촉촉해졌다. "우라!" 또다시 300명 손님들의 목소리가 외쳤다.
(중략)
합창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건배가 있따랐고, 그로 인해 일리야 안드레이치 백작은 점점 더 감격에 겨워했다. 계속 잔들이 깨지고 계속해서 함성이 들려왔다. -2권, p.47~48
1권에서도 건배한뒤에 잔을 깨는 장면이 나오는데 얼라리여, 300명이 모여서 건배하고 다 잔을 내동댕이 친... 아니, 무슨 술문화가 이래요? 하아- 니콜라이가 바닥에 잔 내동댕이 쳤다고 해서 이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하고 속으로 으르렁거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고 ㅋㅋㅋ 그리고 하아- 미치고 팔짝 뛰겠네. 하인들이 다 치웠대. 그리고 또 건배하고 또 내던지고 또 하인들이 치우고..
야, 이........
이게 다 하인들이 치우기 때문에 할 수 있는거다. 니들이 직접 치운다고 생각해봐라. 깨겠냐?
나는 어쩌다 컵 하나 깨도 치우기가 너무 거시기한데 300개라니.. 그걸 자꾸 치우고 또 치우고... 야, 진짜 자기가 치워야 되면 저거 안던진다에 백원 건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런 잔을 깨는 문화는 악운을 물리치고 행운에 대한 영원을 약속하는거라고... 네, 그렇죠, 문화의 다양성 존중해야죠.. 그렇죠. 압니다, 아는데. 그래도 .. 그렇게 잔 깨면 어딘가에서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적은 돈에 그 잔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고 그 깨진 잔은 환경을 파괴하겠죠. 네....
아무튼 전쟁과 평화 재미있다. 너무너무 재미있다.
이제 2권도 쭉쭉 가자. 4권까지 쭉쭉 가자 쭉쭉 쭉쭉!!
읽다가 너무 헷갈려서 메모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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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 메뉴는 나의 소울푸드 제육볶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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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볶음이 있었다는 거짓말.....
알라딘이 크레마 새로 나왔다고 계속 광고하던데, 크레마 c 는 399,000 원에 지금 사면 혜택가 319,000 원인것 같다.
크레마 a 는 239,000 원인데 혜택가 229,000 원.
크레마.. 살까... 나.. 필요한가... 막 혼자 고민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집에 있는 크레마도 잘 안쓰는데 왜 사려고 하죠? 스맛폰이나 아이폰으로 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