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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운동도 ‘친환경’ 하면 안될까요?

역대 최장 길이라는 투표 용지, 종이 1톤 당 30년산 나무 17그루가 베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나요?

프로필 by 전혜윰 2024.04.05
지난달 28일부터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거리엔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 붙었고, 형형색색 옷을 맞춰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에게 후보자의 명함을 나눠주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집집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발송한 두꺼운 공보물도 도착했고요. 이렇게 선거운동을 위해 만든 벽보, 현수막, 명함, 공보물, 투표용지 등은 선거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요? 선관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한 다섯 번의 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은 1만3985톤, 제21대 총선에서 벽보와 공보물 제작에 사용된 종이는 1만3534톤이에요. 이 중에서 재활용되는 경우는 드물고 모두 폐기됩니다.

ⓒ서울시

ⓒ서울시


특히 현수막은 선거 기간 외에도 정당의 의견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는데요. 재활용도 쉽지 않고 도시 미관까지 해치는 현수막, 꼭 필요한 걸까요? IMF 외환위기를 겪던 제2회 지방선거(1998년)에서는 현수막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다음 선거가 실시되기 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다시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됐죠. 이후 현수막 규격과 수량 제한마저 사라지면서 제20대 총선에서는 1만3천여매, 제21대 총선에서는 3만여매가 사용됐다고 해요.

한편 이번 선거에 51.7cm에 달하는 역대 최장 길이 투표용지가 등장해 화제입니다. 제지업계는 이번 총선에서 8000톤에 육박하는 종이가 쓰일 것으로 추정했는데, 종이 1톤을 생산하려면 30년산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는군요. 다만 한솔제지는 우유 팩을 재활용한 인쇄용지를, 무림은 환경부 인증을 받은 저탄소 종이를 활용하여 투표용지와 홍보물을 제작한다는 점이 눈에 띄어요.

다른 나라의 선거 모습은 어떨까요? 스위스와 에스토니아는 전자 투표를 부분적으로 도입해 총선을 치르고, 프랑스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 종이를 사용한 경우에만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법을 제정했어요. EU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한 후로 선거운동의 주 무대가 점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추세고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친환경 선거를 위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국회는 선거 홍보물과 관련한 개정안을 9건이나 발의했거든요. 친환경 소재로 홍보물을 제작하고, 현행법상 인쇄 공보물만 허용됐다면 후보자의 선택에 따라 전자 공보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었죠. 디지털에 친숙한 세대는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게 하고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게만 인쇄 공보물을 배포하면 종이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끝내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어요.

제22대 총선 사전 투표는 4월 5일과 6일 양일간 전국 사전투표소에서 진행되며, 선거일인 4월 10일에는 유권자의 주민등록지 내 지정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후보자들이 다양한 환경 공약을 내건 가운데, 공약 실천뿐만 아니라 친환경을 몸소 실천하는 제22대 국회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Credit

  • 어시스턴트 에디터 전혜윰
  • 사진 서울시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