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한 케이시 켈리(35)는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루이스빌 슬러거 필드에서 열린 2024 마이너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 샬럿 나이츠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켈리는 경기 종료 후 "(한국에서와 달리) 새로운 규칙, 피치 클록, 공인구도 조금 다르다"면서도 "하지만 저를 가장 잘 아는 감독님이 오늘 사령탑이었다"고 말했다.
켈리가 말한 사령탑은 아버지 팻 켈리(69)였다. 마이너리그 공식 홈페이지도 '켈리 부자'의 동행을 메인 기사로 전하면서 흥미로워했다.
켈리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팻 켈리 감독은 198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포수로 데뷔해 빅리그 3경기에 출전했다. 일찍 은퇴 후 마이너리그에서 지도자로 꾸준히 활동했다. 지난달엔 마이너리그 사령탑으로는 역대 7번째로 2000승을 달성한 베테랑 감독이다.
팻 켈리 감독은 한국 야구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2021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켈리는 마운드에서 아버지와 포옹했다. 팻 켈리 감독은 12일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아들과 한 팀에서 지내는 것은) 매우 초현실적"이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경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아버지는 자식의 성공을 바란다"며 "아들의 등판을 직접 보려면 한국으로 날아가야 했다. 아들이 (LG에서 뛴) 6년 동안 단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중계를 시청했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제 아들과 아버지는 한 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함께 뛴다. "미국, 대만 등 여러 리그를 선택지에 둘 것이다.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한 켈리는 아버지와 같은 팀 소속으로 새로운 출발대에 섰다.
루이빌 구단은 "켈리 부자가 감독과 선수로 만나게 됐다"며 "구단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또한 "켈리는 한국 프로야구 LG에서 6시즌 동안 활약했으며 2023년엔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투수"라며 "켈리는 지난달 LG의 홈구장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수천 명의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감동적으로 결별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 홈페이지는 "2019년부터 LG에서 뛴 켈리는 2023년 LG의 우승 속에 KBO리그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이었다"며 "그가 지난달 방출됐을 때 미국 구단뿐만 아니라 아시아 리그의 다른 팀도 관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켈리는 더그아웃에서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새 출발을 알렸다. 켈리는 "꿈이 이뤄졌다"고 웃었다.